문인화, 象外의 경계

문인화 특별초대展   2005_1012 ▶ 2005_1031

장우성_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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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012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월전 장우성_남정 박노수_우현 송영방_이석 임송희_일사 구자무

● 대중강좌_월전미술관 강좌실 2005_1014_금요일_03:00~05:00pm_회화와 서예, 氣로 채우는 무의 여백-문인화의 철학적 원리_정세근 2005_1021_금요일_03:00~05:00pm_筆과 墨의 여운_문봉선 2005_1028_금요일_04:00~06:00pm_畵題로 읽는 文人畵의 세계_조민환

주최_월전미술관 후원_사립박물관 미술관 복권기금지원사업

월전미술관 서울 종로구 팔판동 35-1번지 Tel. 02_732_3777

문인화는 위진 남북조의 귀족계급인 선비 문인들 사회에서 산수시(山水詩)의 성장과 함께 문학화하여 당과 오대를 지나면서 수묵화의 출현과 일품화풍의 수용으로 색(色)과 형(形)을 그대로 재현하는 회화위에 형태를 간략하게 하여 수묵으로 그려진 그림의 가치를 올려놓았다. 북송대에 이르면 회화창작과 이론방면에서 주체의식을 가진 문인들이 자신들의 철학이 가지는 관심사와 회화의 기능을 융합하여 이를 완성해 내는데 이것이 북송후기 소동파를 중심으로 발의한 사의적 기법의 문인화이다. 동파는 선비와 사대부 그림을 논하면서 "사인의 그림을 보는 것은 천하의 말을 사열하는 것과 같아서 그 의기가 이른바를 취한다 觀士人畵如閱天下馬 取其意氣所到 "라고 하면서 이전의 품평이나 심미관에 인격을 결부시켜 해석함으로서 기운생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관심사를 보여준다. 작품의 품평과 기운은 문인의 취향이 반영되어 육법이나 신품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文氣 이며 逸氣이고 이후 문인화가들의 하나의 이상이 되었다. 즉 문기와 일기에 의해 창작된 逸品이 송대회화의 최고의 가치기준이 되었고 회화의 정신성이라는 전통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회화관은 남송의 등춘(鄧椿)에 이르러 인문적 교양을 가진 자 즉 문인들의 문학적 소양과 학문, 이상이 회화에 드러나야 진정한 회화라는 관념에 이르게 되는데 "회화는 문의 극치다(畵者 文之極也)"라는 말에서 잘 묘사되어 있다. 등춘의 문인화 개념은 결코 작가를 신분과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문인화의 개념을 형성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작용을 하여 명말 동기창의 유명한 남북종론에 이르게 된다. 왕유를 조종(祖宗)으로하는 남종문인화론은 동기창 자신의 회화적 성향과 문예계의 상황을 회화사에 적용하면서 신분과 화풍에 따라 문인화를 구분하고 있는데 다소 모순적이고 편파적인 이 이론이 화가들 및 지식층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쳐왔다.

박노수_연화

문인화는 회화사의 긴 역사속에서 이상적 형식관념을 나았고 문인화라는 독특한 양식속에 화격(畵格)을 중시하는 독특한 회화관념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중세와 근현대라는 시간적 격차에도 문사적 취향과 품격이 화가의 내면에 자리하여 작가의식의 심층을 형성하고 있는 문인화는 그러나 명료함을 갖추기 어려운 정의 만큼이나 해석의 구구함이 자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 중국 근대의 서화가이자 서화이론가인 진형각(陣衡恪, 1876-1923) 선생은 "문인화란 문인의 그림이다" 라고 정의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곧 그림 가운데 문인의 성질을 띠고 있고 문인의 취미를 품고 있는 것이니 그림 가운데에서 예술적인 숙련된 솜씨를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림 밖에서 문인의 많은 감상(感想)을 보아야만 한다. 이것이 소위 문인화이다" 문인의 의미 및 문인화에 대한 포용력이 있는 정의와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이 말은 문인화는 창작자가 기탁하는 바에 있는 것이지 신분과 형식등 어떠한 각도와 편파성으로 고찰할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창작자가 기탁하는 바의 의취와 경계가 청고(淸高)하고 생활의 습속이 결백(潔白)한 가운데 형식과 내용이 부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송영방_백련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그림밖에서 문인의 많은 감상을 보아야만 한다는 구절인데 이는 문학에서 말하는 상외지상(象外之象, 형상 밖의 표상)을 상기시킨다. 당 말 시인 사공도(司空圖)는 훌륭한 시라면 마땅히 상외(象外)에 또 상(象)이 있어야 하고 경외(景外)에 또 경(景)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편에 그려진 형상이나 경물과는 상대적으로 이 상외지상(象外之象) 경외지경(景外之景)은 허(虛)의 세계이다. 언제나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는 허의 상은 감상하는 독자의 마음속에서는 드러나게 된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고조시켜 시에 묘사된 것보다 훨씬 광대하고 풍부하며 생동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 이것이 상외지상(上外之象)이라고 하였다. 獨憐幽草澗邊生 내 홀로 사랑하는 그윽한 풀은 시냇가에서 자라나고 / 上有黃?深樹鳴 머리 위에 있는 꾀고리는 깊은 숲에 숨어 울고나 / 春潮帶雨晩來急 봄 조수는 비를 띠어 저녘 되자 더욱 빨라지는데 / 野渡無人舟自橫 들녘 나룻터엔 사람은 없고 배만 홀로 빗겨 있네 ● 위응물(韋應物)의 이 시는 마지막 구절 들녘 나룻터(野渡)에 시상이 집중되어 독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매우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속에 나룻터(野渡)에 다양한 해석의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자유로운 상상이 피어오르고 있다. 화면의 상(象)에 의탁하여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정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로 감상자는 그려진 대상의 내용이나 형상, 필력, 묵색 이외에도 화가가 화면밖에서 전달하려 하는 것(畵外之意)을 감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 문인화에서는 이점이 더욱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작가의 수양과 덕성을 감상하여야 하고 작품속의 비유와 상징 및 암시 부분을 관찰하여야만 눈앞에 있는 형상 속으로부터 그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림 밖에서 그려지지 않은 상징 및 비유의 뜻을 사색하게 되고 정신을 모아 깊게 생각함을 통해야 비로소 화가의 정신과 상통하여 공명을 일으켜 자연의 경계(象外之景)를 깨닫게 된다.

임송희_화조

회화의 상외지경(象外之景)에 대한 인식은 작가와 감상자의 융합을 통해서 달성되며 이것은 그들에게 동일한 층위의 인식패턴을 요구하고 강제한다. 문인화의 예술양식은 작품을 둘러싼 모든 문화적 배경을 통괄하는 일정한 인식적 패턴, 혹은 태도를 의미한다. 이것은 예술 구성원 간의 관계 자체에 작용하여 예술일반에 대한 동일한 태도를 요구하고 그것이 수용될 경우에 한하여 의사소통, 즉 예술의 창작과 감상에 개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예술제도이다. 문인들은 당시의 심미가치 뿐만 아니라 고전속에서 이상적 이념을 끊임없이 흡수하여 "文氣"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덕성과 수양이라는 인격적 요소가 회화의 기운생동을 인식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라는 것인데 이 文氣는 곧 逸氣이다 문인의 일기는 소조담박(蕭條淡泊), 방랑한원(放浪閒遠)한 의경으로 표현되는데 송대의 구양수는 이러한 의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쓸쓸한 운치와 담박한 것은 그리기 어려운 의경이다. 화가가 그것을 얻었다 해서 감상자가 그것을 반드시 아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날고, 달리며, 느리고, 빠르며 뜻이 앝은 사물은 드러내기 쉽지만, 한가하고 조화로우며 조용하고 심원한 정취는 묘사하기 어렵다. 문인화에서는 작가의 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감상자 역시 작가와 마찬가지로 담담하고(淡) 심원하며(遠) 맑은(淸) 인품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푸른밭의 자태는 기운차고, 흰 비단에는 묘연하다. 이 한몸에 뜻은 만리이고, 두 눈은 끝없는 하늘을 돌아본다. 형상밖에 뜻을 얻어, 뛰어난 붓의 자취에서 생각한다 昻昻靑田姿 杳杳在輕素 一身萬里意 雙目九?顧 得於想象外 看在絶筆處 文同 「李生畵鶴」

구자무_심곡서원노괴소당도

북송의 화가 문동은 학이 비록 흰 비단에 그려졌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만리밖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는 자의 뜻이 학의 눈동자에 의탁하여 그것으로써 비유하며 그림을 감상하는자는 그것을 감상할 때 화가가 붓으로 표현하지 못한 바를 음미하게 된다. 대상밖에 나타난 작가의 뜻을 감상자가 생각하고 정신적 상상공간을 창출하는데 있어 창작과 감상이라는 예술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문기의 심원함속에 자연의 경계(象外之象)를 인식하게 하는 문인화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기운이 생동하는 정도에 따라 미감을 부과한다. 문인화는 인격과 수양을 전제로 자신의 생명력을 발양시킬 도구로서 문학과 서법을 가장 중시했다. 문학과 서법에서 예술적 조예를 들어낼 수 있는가가 곧 그 작품이 문인화로 일컬을 수 있는 여부를 결정하는 전제가 되었다. 자연을 정관(靜觀)하고 현상속에서 도(道)를 인식하고자 하는 사유속에서 문인화가들은 주관적인 감동으로부터 보편적인 예술경계로 전환시키기위해 상외의 의경을 창출했던 것이다. 문인화가들은 당대의 환경속에서 문화전통의 깊은 도야를 받은 문인이요 시 문장 서예 회화 등 다방면의 수양을 중시한 배경속에 성장한 문인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러한 관점의 강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문인화는 보다 철학적이고 지적인 미술로서 사의적인 표현으로 회화를 시각적인 데서 사의적인 단계로 올려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문인화는 형상밖에 자연의 경계(象外之象)에 심의(心意)를 의탁하고 수양과 학습을 통한 文氣을 통해 생동하는 미감을 전달하는 회화양식이자 사고체계이다. ■ 류철하

Vol.20051030a | 문인화, 象外의 경계展